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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산업혁명 종주국 영국이 ‘멘털 캐피털’에 꽂힌 이유

2020-02-11

영국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NEF)이 지난 2008년 낸 보고서는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정부 의뢰로 NEF가 수년간 연구에 몰두한 끝에 내놓은 이 보고서는 영국의 미래 신성장 동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결론은 ‘정신적 웰빙(Mental Wellbeing)’ 강화를 통해 ‘멘털 캐피털(Mental Capital ·정신적 자본)’을 축적한다는 것이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21세기 영국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획기적 발상이었다.

NEF는 보고서에서 다섯 가지 행동 강령을 제시했다. 주변과 소통하기(Connect), 적극적으로 활동하기(Be Active), 호기심 갖기(Take Notice), 계속해서 배우기(Keep Learning), 베풀기(Give) 등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다섯 가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정신적 웰빙 상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분 좋게 느끼기(feeling good)로 이는 행복함, 만족감, 즐거움, 호기심, 관심 등으로 표출된다. 둘째는 잘 행동하기(functioning well)로 긍정적 관계 형성, 자기 관리, 목적의식 등으로 나타난다.

영국 정부는 이후 대대적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전국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 주민들이 만나고 참여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히 정신 건강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노인·청소년을 대상으로 모임과 동아리, 스포츠·문화 활동을 활성화했다. 또 문화·예술 단체와 기관들이 시민들의 정신 건강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했다. 예를 들어 테이트 미술관은 3년 전부터 ‘비주얼 아트’라는 단체와 협력해 예술가들이 직접 지역 청소년,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 15가지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특히 심혈을 기울인 전략은 문화·예술을 통해 정신적 웰빙을 한 단계 올려놓겠다는 것이었다. 영국 보건부는 2010년 웰빙 보고서에서 “개인 및 단체의 문화·예술 활동은 긍정적 사고와 목적의식을 심어준다”고 명시했고, 앨런 존슨 전 보건부 장관은 문화·예술 활동이야말로 국민의 정신적 웰빙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 존재라고 말했다.

영국이 ‘정신적 웰빙’과 ‘멘털 캐피털’ 전략을 추진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영국 사회 곳곳에선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의료와 건강보험 쪽에선 뚜렷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영국 의회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적 질병·장애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다양하게 문화·예술을 접하게 한 결과, 이들이 병원을 찾은 횟수는 37%, 입원 횟수는 27% 줄었다. 환자 한 명당 병원비는 연평균 216파운드(약 33만원) 절약됐다. 병원비가 무료인 영국 의료 체계를 감안할 때, 국가 전체적으로 엄청난 예산을 절약한 것이다.

영국의 수준 높은 정신적 웰빙 추구는 국민의 정신 건강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는 자신들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창조적(creative)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영국인들이 정신적 웰빙을 ‘멘털 캐피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도 이런 것 때문이다. 정신적 웰빙은 미래 자산이자 자본인 셈이다. 문화적 수준이 높은 국민이 창조성이 높은 원리인 셈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기술 등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이때, 산업혁명 발상지인 영국이 정신적 웰빙에 눈을 돌리는 움직임은 결코 예사롭게 봐 넘길 일이 아니다. 영국이 이런 전략을 세운 배경과 비용·효과를 따져보고 전망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