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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이지윤의 art TALK(16)] 새로운 미술 생태계를 만드는 하우저&워스 갤러리

2020-02-11

[이지윤의 ART TALK(16)] 새로운 미술 생태계를 만드는 하우저&워스 갤러리

미술 생태계에 새로운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사업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갤러리가 본격적인 미술사학교를 만든 것이다. 기존 미술계 구조에서는 매우 특별한 일이다. 미술사가나 비평가들에게 원고를 부탁하여 글을 받는 정도의 일들과 달리 아예 큰 투자를 하여 뉴욕에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고, ‘하우저&워스 아트 인스티튜트’를 개설했다. 이번 호 아트톡은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는 스위스 하우저&워스 갤러리(Hauser & Wirth Gallery)가 시작한 매우 의외의 새로운 사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창립자 이반 워스와 마누엘라 워스
사진:휴고 리트슨 토마스(Hugo Rittson Thomas)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은 누구일까. 국제 미술계를 꽤 안다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해보면, 단지 유명한 작가들이나 학식과 경영능력이 뛰어난 주요 미술관의 디렉터나 큐레이터들 외에 중요한 화랑을 설립한 갤러리스트 이름이 더 많이 거론된다. 가고시안 갤러리를 만든 래리 가고시안을 비롯해 데이비드 저너, 로팍, 펄람 등 세계적인 갤러리스트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미술시장의 확장과 더불어 본격화된 국제 미술계의 이벤트는 ‘아트페어들’이다. 아트페어 글로벌 시티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젠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엔 작가들에게 중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영예나 목표였다면, 요즘 중견 작가들에게는 중요한 화랑에서 전시를 하는 것도 더욱 큰 중요성을 갖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소개되는 것도 매우 ‘큰일’이 되었다.

하우저&워스 갤러리는 현재 9개다. 런던의 유명한 양복 신사 거리이자 영화 [킹스맨]의 본부로 알려진 사빌로(Saville Row)에 2010년 오픈했다.
사진:휴고 글랜디닝(Hugo Glendinning)

스위스 하우저&워스 갤러리(Hauser & Wirth Gallery)의 시작은 조금은 낯설기는 하나 매우 의미있는 시도임은 분명하다. 영리적인 것과 비영리적인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 서로 보완적인 구조로 시도된 사업으로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하우저&워스 갤러리는, 단지 이러한 미술사학교 설립 외에, 예술을 삶과 쉼 안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연구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영국 서머셋 지역 농가 갤러리, 스위스 스키 별장지에 있는 생모리츠 분관, 스코틀랜드의 아트호텔 등은 매우 흥미로운 접근임은 분명하다.

제니퍼 그로스는 예일대학교 미술관과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한 이후, 디콜도바(deCordova)박물관 부관장을 역임했다.
사진:악셀 뒤페(Axel Dupeux)

1992년 이반 워스는 부인인 마누엘라 워스, 울슬라 하우저와 함께 취리히에 갤러리를 설립했다. 이 갤러리의 설립자 이반 워스의 매우 흥미로운 스토리는 미술계에 잘 알려져 있다. 스위스에서 건축가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반은 16세부터 딜러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반은 우연한 기회에 1990년 호텔 칼튼에 넣을 피카소와 샤갈 작품을 구매하고자 스위스의 아트컬렉터인 울슬라와 함께 일하게 됐고, 울슬라는 이 젊고 뛰어난 이반을 자신의 딸인 마누엘라와 결혼시켰다. 그 후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아주 멋진 이야기로 시작한 이 가족의 갤러리는 이제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와 데이비드저너 갤러리(David Zwner gallery) 함께 세계 톱 엘리트 갤러리 중 하나로 성장했다. 2018년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국제 아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플로 이반 부부를 언급했을 만큼 이 갤러리의 다양한 신사업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시장과 미술사

아티스트 레지던시: 영국 서머셋의 하우저앤워스 지점은 지역 주민, 예술가, 큐레이터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공 프로그램과 레지던시를 제공한다.
덜슬레이드팜 지역에 위치하며 이미 100,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이곳을 찾았다.
사진:헬렌 비넷(Hélène Binet)

그렇다면, 하우저&워스 갤러리는 왜 이러한 연구기관을 만들었을까. 또 그들은 급속하게 커가는 글로벌 미술시장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기에 이러한 사업을 시작한 걸까. 이는 그저 한 갤러리의 새로운 사업 시도라기보다는, 현재 글로벌 미술시장이 함께 고민하고, 한국의 미술시장과 갤러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주제들이다.

하우저앤워스 런던 외관 사진
사진:알렉스 델파네(Alex Delfanne)

미술시장은 기본적으로 일차마켓(primary market)과 세컨더리 마켓(secondary market)으로 나뉜다. 일차마켓이 우리가 보통 아는, 화랑들이 살아 있는 작가들의 스튜디오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라면, 세컨더리 마켓은 기존 컬렉터들이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다시 파는 시장, 아마도 가장 유명한 것을 경매회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특히 1970년대부터 시작된 요즘 같은 미술시장 구조(갤러리, 아트페어 등)가 1990년대, 2000년대를 기점으로 더욱 본격화됐고, 갤러리들은 지난 30~40년간 20세기에 태어난 근현대 작가들을 많은 전시를 열어 소개했다. 보통 근대(modern) 작가라 함은 20세기 초반생으로 대부분 작고한 작가들을 통칭해서 말하고, 컨템퍼러리 작가들은 대부분 생존 작가를 호칭한다고 할 수 있다(쉽게 이해를 돕고자 하는 구별임). 하지만 이제 그들이 함께 일해온 많은 작가가 작고하기 시작했고 그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사실 이러한 상업 갤러리가 미술사 학교를 만든다는 것을 조금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눈도 있다. 그들이 설립한 이 미술사 기관이 갤러리 전속 작가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나 해석 없이 더욱 중요한 작가로 연구하고 소개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편적으로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이유는, 미술사학이라는 학문에서 다루는 연구와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50년이 지나지 않으면, 아니 더 나아가 100년이 넘지 않은 미술은 아직 다룰 수 없다는 매우 전통적인 학문의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미술사학자들이 미래에 다룰 자료와 내용들은 작가가 살아 있는 이 시간, 또 예전과 달리 생생한 정보가 매우 쉽게 공유되고 전해지는 이 시대에는, 더욱 중요하고 필요하다. 이반은 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지난 25년간 많은 작가, 미술관, 재단과 일하며 작가들을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작가들을 연구하는 미술사가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작가들이 남기는 중요한 자료들과 기록들을 관리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내가 매매한 작가들을 연구하고 그들의 가치를 발굴하는 것은, 컬렉터로서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설립한 이 연구소는 단지 갤러리 전속 작가만 연구하는 사설기관이 전혀 아닙니다. 중요한 근현대작가들을 연구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적인 철학을 기반으로 하여 미래 세대들에게 이 시대의 예술과 역사를 공유하고자 하는 비전에서 시작된 비영리 기관입니다.”

하우저앤워스 인스티튜트

브레말:브레말은 장엄한 그램피언산맥과 고대 삼림 지대에 둘러싸인 마을이다.
성과 위스키 증류공장으로 둘러 싸인 곳으로 케언곰산맥을 탐험할 수 있는 지대다.
사진:심 카네티 클라케(Sim Canetty-Clarke)

이 기관은 이사회와 자문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이사회에는 갤러리 창립자 이반 워스를 포함해 임원 5명이 있으며 자문위원회는 6명이다. 초대 학장으로는 예일대학교 미술관 수석큐레이터와 디코르바 조각박물관 부관장을 역임한 세계적인 미술사가인 제니퍼 그로스(Jennifer Gross)를 초청했다. 이 인스티튜트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미술사가들에게 다양한 장학금을 지원하는 장학사업,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다양한 자료를 보존하는 아카이브 사업, 작가들의 도록 출판이다.

이러한 연구와 출판은 모든 미술관, 대학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하는 시급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예술위원회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우리나라 작가들의 해외 홍보를 위해 전시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전문적 출판임을 직시하고 시작은 했지만, 사업 자체가 오래 걸리고 특별히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기에 숙제가 많다. 갤러리가 작가들을 소개하는 매거진은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인스티튜트에서 나오는 출판물은 좀 더 학술적인 부분에 집중하여 작가의 이력과 작품을 아카이빙할 수 있는 카탈로그로 출판된다. 카탈로그의 첫 번째 작가로 프란츠 클라인이 선정됐다. 미국 예술가 프란츠 클라인의 1950~1962년 작품이 수록될 예정이며, 프란츠 클라인 재단과 함께한다. 이 외에도 펠로십, 박사후 연구원, 연구 펠로십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근현대 미술의 다양한 작품 연구를 도와 작품뿐만 아니라 그에 관련된 지적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특별히 초대 학장인 제니퍼 그로스가 리서치 펠로십을 맡아 선정된 예비 박사 및 박사 학생들과 장학생들을 지원한다.

스코틀랜드 브레말의 피프 암스 호텔:2018년 10월, 피프 암스 호텔이 문을 열었다. 12월 4일, 이반과 마누엘라 워스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건물을 호텔로 재단장했다.
사진:심 카네티 클라케(Sim Canetty-Clarke)

마무리하자면, 예술 공공기금이 줄어들고 있는 현재 하우저 앤워스 인스티튜트의 설립은 사회 엘리트 계층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한 사례가 된다. 또 바이엘러 재단 설립자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딜러로 시작하여 자신의 컬렉션을 재단으로 확장한 점을 고려해보면, 갤러리 사업의 확장으로 인스티튜트를 운영하는 것은 예술을 철학과 문화가 융합된 삶의 일부로 생각하는 스위스의 전통을 반영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반과 마누엘라 워스가 제안하는 새로운 삶의 공간에서의 전시를 위한 다양한 분관 형태의 갤러리 확대, 작가들과 큐레이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 더 나아가 인스티튜트에서 출판 및 연구의 확장지원 등은 분명히 전통적인 갤러리 운영 방식에 도전하는 새로운 운영안이다. 아트 뉴스페이퍼 설립자 루이자 버크도 이 부부가 운영하는 갤러리는 미술 작품 매매를 통해 그들의 클라이언트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전략이 특별히 눈여겨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스톤헨지 시대의 유물부터 스칸디나비아 가구 등 넓은 범주를 아우르는 소장품들을 가지고 있으며, 컬렉팅은 하나의 질병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자신들의 깊은 열정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