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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한국의 현대미술을 잇는 숨 프로젝트의 이지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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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7][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무라카미 다카시의 교토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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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2][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예술적 경험으로 태어나는 신 기념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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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8][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서구 은행은 왜 미술품을 모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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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한국화와 컴퓨터는 현대미술을 어떻게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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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3]예술가의 ‘붓’이 된 인공지능, 이젠 영상으로 시를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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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그래픽서 인공지능까지… 발전 기술 활용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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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9]세상에 이런 미디어아트가 있네…무료 도슨트까지 해준다는 ‘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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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3][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 ‘예술적 경험’이 최고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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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9]8폭의 디지털 병풍 위를 흐르는 몽환적 ‘AI 산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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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9]눈이 녹고 싹이 돋고 시선이 멎었다…계절이 흐르는 병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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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 좋은 건축과 좋은 건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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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7]인공지능이 그린 산수화, LED 병풍에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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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4]인공지능이 그린 산수화…DDP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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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3]해리포터처럼 그림이 움직인다…판타지가 현실이 되는 DDP ‘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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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8]화려한 의자에 녹아든 ‘공감과 상생’… “지속가능성 비전 공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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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8]“한국 건축의 문제, 멈춰 서서 같이 생각해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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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7]21세기 영국의 다빈치 ‘헤더윅 전’ 기획한 이지윤 숨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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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6]CEO가 된 큐레이터, 현대미술 거장들 한국에 불러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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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5]런던에 버려진 의자,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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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4]의자가 예술작품으로! MCM, 세계적 디자이너 잉카 일로리와 협업 아트 전시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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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게르하르트 리히터에서 신타 탄트라까지 격이 다른 아트 컬렉션 가득…설해원(雪海園)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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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9, 2021] In Between Present and Future: L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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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4] [이지윤 특별기고] “중견 작가군, 안목있는 콜렉터, 기업 인프라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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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5, 2021] Frieze Week London And Beyond: 5 Essential Exhibitions To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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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 New Wave of Contemporary Art open at 180 Studios until Decemb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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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월드&포토] 런던 홀린 마법…한국의 파도와 모란도 미디어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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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7] 런던 180스튜디오에서 ‘럭스’ 전시…새로운 미디어아트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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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3] 런던올림픽 벽화로 유명세 `신타 탄드라` … `설해원`리조트서 최신작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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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5] 명품 불가리, 화려한 색채 향연…형형색색 사슬·구슬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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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5] [양양]양양서 만나는 세계 미술명장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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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4] ‘설해원雪海園 아트 프로젝트’ 단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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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3] 불가리 컬러(BVLGARI COLORS) 전시회 개최…숨 프로젝트 현대 미술작품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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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3] 불가리 컬러 전시회 개최…전 세계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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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종주국 영국이 ‘멘털 캐피털’에 꽂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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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산업과 예술경영의 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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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특별전 큐레이터 이지윤,”미술은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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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립 큐레이터’다: 2012년 런던올림픽 특별전 기획 이지윤씨…그는 오늘도 ‘창의적 컨설팅’을 위해 세계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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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술의 변천사를 한눈에…’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개관…1989년 이후 작품 30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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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4] 큰손 취향 저격… 갤러리·호텔 뺨치는 PB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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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9] 우리 옷에 바람을 입히다 – 이영희 展 – 바람,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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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4] “활짝 열린 대안공간, 실험적 작가들에게 날개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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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_(4)]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유망작가 25인 Ⅳ: 선정위원 이지윤 ... 김아영, 강임윤, 박여주, 빠키, 한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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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사라져도 예술 작품은 영원히 남는다: 세계의 파워 컬렉터 〈1〉 뉴욕 리버하우스 컬렉션과 알베르토 머그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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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이익 생각 않고 지원,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수익 창출: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9〉 문화정책의 윤활유 -기업 스폰서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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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산 불리고, 신진 작가 키우고…’웰스 매니지먼트’: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8〉 영국, 국가대표 현대미술 컬렉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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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인프라와 체계적 지원, 창조적 커뮤니티 꽃피워: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7〉 각국 작가 빨아들이는 동베를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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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 뭉친 8000명 기부자 “좋은 작품 무료로 보게 하자”: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6〉 영국 미술관·박물관의 수호천사 ‘아트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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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안 따지고 최고의 교육…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든다: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5〉 큐레이터 양성소, 네덜란드 드 아펠(De Ap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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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해야 지원한다…큐레이터들, 열린 마음으로 작가 발굴: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4〉 프랑스 ‘르 콩소르숌’, 그 30년 예술 지원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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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예술인 활발하게 연결, 글로벌화 디딤돌로 활용: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3〉 스웨덴 미술계를 국제화한 IASP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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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힘, 지방의 다양성이 문화 강국 키웠다: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2〉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 자크 랑의 문화대중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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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29% 만드는 DCMS의 비결 ‘돈은 정부, 실행은 전문가’: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1〉 영국 ‘팔거리 정책(Arm’s Length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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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물질 조합하는 역할 관객 참여해야 작품 완성된다”: 12월 11일까지 영국 왕립미술학교에서 열리는 아니슈 카포 전시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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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은 새로웠다. 그래서 런던은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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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조각품부터 심리적 드로잉까지,실험작 파노라마: 세계의 파워 컬렉터 〈7〉 루디 아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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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00억원 이상 지원 유리 향한 ‘깨지지 않는’ 열정: 세계의 파워 컬렉터 〈8〉 유리 아트 수집·후원, 미국 코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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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2] ’건물전체가 예술품’ 아트클럽1563…英우즈 첫 한국전
[2022.05.22] 일상의 물건들을 한 시대의 풍경으로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5>‘개념미술의 선구자’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이미지 더하지 않고 되레 제거
본질적인 것만 남겨진 상태
강렬한 색·간결한 선으로 표현
“예술은 하나의 은유이자 상징”
개념미술 전환점 된 ‘참나무’
‘시적인 변형’ 통한 상상력 강조
여러 사물 맥락 없애고 제시
관습적 읽기 방법 해체 시도
새로운 의미·관계 탐구 이끌어

▲ ①무제(욕망) ②카세트테이프. ③Love와 글러브. ④Flirt와 셔츠. UNC 제공
놀랍도록 강렬하고 선명한 색상으로 평범한 사물들을 그려 내 우리로 하여금 주변을 새롭게 되돌아보게 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yBa’(young British artists·1980년대 말 이후 나타난 영국의 젊은 미술가들을 지칭)의 대부이자 개념미술의 선구자 등 수많은 수식어가 뒤따르는 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이다.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 교육을 받았다. 1960년대 후반 그가 영국에 되돌아와 본격적으로 작업활동을 시작하기 전 1950~60년대 미국의 미술계는 중요한 변화들이 발생하던 격변의 시기였다. 당대 미술계를 지배했던 형식주의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다양한 사조들, 즉 일상적 오브제를 회화에 도입했던 네오다다, 대중문화를 반영했던 팝아트, 예술가의 손길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공산품을 사용했던 미니멀리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있었다. 이러한 미국 미술계의 복합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영국으로 되돌아온 크레이그 마틴은 미국 미술계의 예술적 감각과 사상을 그의 작업 전반에서 구현하며 단일한 시각에서 벗어난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크레이그 마틴의 그림에서 가장 특별한 점은 그림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림자와 최소한의 붓질조차 제거된 그의 그림을 보며 사람들은 때로는 그래픽 같다는, 때로는 만화 같다는 말을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회화를 공부했다. 그는 예일대에서 수학할 당시 앨릭스 카츠에게 회화를 배웠다. 스승이었던 카츠에게서 “이 그림자를 빼기 위해 나는 4년의 시간을 보냈다”라는 말을 들은 후 그 또한 그림자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작품에 의도를 담기 위해 이미지를 넣는 것은 많이 할 수 있지만, 제거하는 행위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제거 행위 끝에 가장 본질적인 것들만 남겨진 상태. 그것은 아마 오브제의 가장 완벽한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내가 그리는 물건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고 선언한다.
●뒤샹 뒤이은 개념미술 행보
작가의 아이디어 혹은 개념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그 획기적인 사고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바로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예술가 마르셀 뒤샹이 그 시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916년 뒤샹이 남성용 변기에 ‘R. Mutt/1917’이라고 서명한 뒤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미술관협회전에 출품한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당대 전시 공간에서 남성 변기가 전시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당시 미술계에 큰 논란을 몰고 온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술계에는 ‘예술작품’을 구성하는 본질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이 일어나게 됐으며, 뒤샹의 ‘샘’은 미술계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며 이후 예술의 영역이 확장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크레이그 마틴의 ‘참나무’(An Oak Tree, 1973)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은 뒤샹의 개념미술 행보의 뒤를 이어 당시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개념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의 ‘참나무’는 갤러리 벽면에 ‘선반과 물 한 잔’을 올려 두고 물컵이 아닌 참나무라고 명명한 작품으로, 단지 투명한 선반 위에 올려진 물 한 잔과 인터뷰 형식의 대화가 적혀 있는 종이 한 장이 작품의 전부를 이룬다. 인터뷰에는 크레이그 마틴이 이 물 한 잔을 왜 참나무라고 부르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투명한 잔에 물을 따르는 순간에 이 물잔의 물리적 본질이 참나무가 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대상 자체보다 작가의 의도가 작품의 본질을 정의하는 데 가장 우선하는 중요한 것이라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이를 ‘시적인 변형’이라 말하며 예술의 시적인 은유와 비유를 통해 세상을 반영하고 관람자에게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요구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일상적 오브제’ 시대의 기억으로
크레이그 마틴의 전체적인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말하라면 ‘일상적 오브제’라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지극히 일상적인 오브제들이 그림으로 기록됐을 때,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러한 그림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을까? 21세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는 급속한 발전에 의해 빠르게 변화돼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으로 인해 많은 물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디지털 기기들 또한 짧은 시간 내에 계속해서 발전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작품에서 발견되는 핸드폰 등은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물건들이 됐다. 반면 2019년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과 비대면 만남의 여파로 마스크와 노트북 등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상징물로 대체됐다. 일상의 물건들이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하나의 매개체로 자리잡으며 지나간 시간의 표상으로서 존재하기도 하고, 혹은 동시대의 상징물로 작동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크레이그 마틴이 그려 낸 일상의 물건들은 단순히 오브제가 아닌 한 시대의 풍경이자 기억의 매체라 할 수 있다.
●관습적 읽기의 해체와 유희
우리는 눈앞의 놓인 이미지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할까? 아마 눈앞에 한 개 이상의 사물 혹은 단어들이 보인다면 우리는 그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을 우선으로 삼게 될 것이다. 크레이그 마틴은 이러한 사람들의 관습적인 읽기 방법의 해체를 시도한다. 그는 여러 가지 사물들의 맥락을 제거해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습적 읽기 방법을 실패로 돌리고,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계속해서 찾아내도록 만든다.
‘무제’라는 제목 아래 보이는 여러 가지 사물들의 배치, 알파벳의 조합 등 상관없어 보이는 사물들과 알파벳의 조합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혹감을 느끼게 하고, 그 사이의 연관성을 유추해 내도록 유도한다. 알파벳들은 ‘DESIRE’(소망), ‘IDEA’(생각), ‘DEATH’(죽음), ‘UTOPIA’(유토피아) 등 한 단어의 철자로 구성돼 해석 가능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알파벳과 뒤섞인 오브제들은 해석된 단어와 오브제 사이의 연관을 해체함으로써 종전의 해석을 실패로 돌린다. 또한 캔버스 전면에 그려진 알파벳들은 쉽게 읽히지 않도록 구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물들과 한데 뒤섞여 있어 알파벳마저도 마치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화면 구성은 알파벳을 사물 혹은 단어의 뜻과는 별개로, 시각적 매개체로 인지한다는 그의 말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때때로 작가는 ‘Love와 장갑(글러브) 이미지’, ‘Flirt와 셔츠 이미지’ 등 단어와 이미지를 통해 언어유희를 시도한다. 관계없어 보이는 두 구성물, 즉 ‘love & gloves’, ‘Flirt & Shirts’ 등의 단어와 이미지는 각각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유사한 발음을 통해 연결된다. 기호와 이미지가 맺게 되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크레이그 마틴이 보여 주는 관습적인 읽기 방식의 해체와 유희적 태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도록 함으로써 무한한 의미 형성의 장을 열어 둔다. 이로써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오롯이 관람객의 몫으로 돌아가며, 개개인의 경험과 인식에 따라 새로운 의미가 무한하게 탄생하는 것이다. 최근의 팬데믹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체감하고 있는 오늘날, 크레이그 마틴의 일상 오브제 작품들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그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듯하다.
숨 프로젝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