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4]인공지능이 그린 산수화…DDP 수놓다

DDP 기획전 ‘럭스: 시적 해상도’
니콜라이, 리스트 등 거장 신작과
AI 산수화와 키네틱아트도 선보여
‘Shanshui By AI’카오 유시 ‘Shanshui By AI’ [숨 엑스]

인공지능(AI)이 붓이 됐다. 천혜의 절경이 벚꽃처럼 피어나고 이지러진다.

산수화는 수천년동안 이어져온 장인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파도처럼 출렁이는 이 21세기 수묵화는 먹과 물감을 대신한 AI가 그렸다. 초대형 LED 화면의 맞은편에는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패널이 방을 가득 채워, 관람객의 시야를 압도한다.

‘Shanshui By AI’(2022)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시각 효과 디렉터로 주목을 받은 중국 미디어 아티스트 카오 유시의 신작이다. 1500년 전통의 중국 산수화를 다시 만들어낸 AI 산수화를 8폭 병풍처럼 설치된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 플랫폼 숨 엑스와 오콘이 선보이는 ‘럭스: 시적 해상도(LUX:Poetic Resolution)’가 서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12월 31일까지 열린다. 2021년 영국 런던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대규모 미디어 전시의 두 번째 해외 순회 전시다.

명상적 풍경, 새로운 숭고함, 기술적 미니멀리즘, 안식처 등의 키워드로 기획된 대규모 시청각 설치 작품 16점을 선보인다. 세계적인 작가 카스텐 니콜라이, 피필로티 리스트, 드리프트, 크리스타 킴 등 12팀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전시 부제인 ‘시적 해상도’는 보이지 않는 빛과 소리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를 해상도와 주파수로 수치화해 한 편의 시와 같은 시청각 매체, 즉 예술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입구에서 만나는 전방위 예술가 카스텐 니콜라이의 ‘유니컬러’(2014)부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니콜라이는 류이치 사카모토와의 협력으로도 유명한 소리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다.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텔레비전의 조정화면을 연상시키는 주파수에 따라 만들어진 색과 음향, 파장을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드리프트 ‘메도우’드리프트 ‘메도우’를 빈백에 누워 관람하는 관람객. [숨 엑스]

전세계 랜드마크에 대형 미디어 설치를 꾸준히 하고 있는 피필로티 리스트의 ‘겨울풍경’은 가장 작은 작품이지만 놓쳐선 안된다. 겨울풍경을 그린 작은 유화에 영상이 투사되며, 색과 질감을 다채롭게 변형시키며 새로운 해석을 도모한다. 54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2021년 서울 라이트 전시로 주목을 받았던 박제성 서울대 조소과 교수의 한국의 전통미가 돋보이는 ‘기억색’과 ‘유니버스’는 유일한 한국 작가의 작업으로 참여했다.

키네틱 아트 설치 미술팀 드리프트(DRIFT)가 작업한 리듬에 맞춰 피는 16개의 키네틱 꽃, ‘메도우(Meadow, 2020)’를 전시 공간 내에 놓인 빈백에 누워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어 관람객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밖에도 모션 센서를 이용해 사람마다 다른 모양의 AI 캐릭터가 움직임에 따라 나타나는 유니버설 에브리씽의 ‘퓨처 유’와 ‘인투 더 썬’ 등 체험형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지윤 숨 엑스 대표는 “지난 30년간 미디어를 현대미술의 중요한 재료(Medium)로 실험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면서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장소에서 경험하고 볼 수 있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마시멜로우 레이저 피스트 ‘보이지 않는 숲의 비밀’마시멜로우 레이저 피스트 ‘보이지 않는 숲의 성역’ [숨 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