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1]바스키아와 반구대 암각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 1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특별전에서 바스키아의 걸작들만큼이나 주목을 받는 존재가 있다. 올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국보 제285호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의 탁본이다. 가로 8.3m, 세로 3.9m의 규모에서부터 분위기를 압도한다. 먹빛으로 떠오른 형상들이 수천 년 시간을 뛰어넘어 관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반구대에 새겨진 무당 형상

신화 활용한 바스키아의 ‘엑수’

공동체 치유자로서의 의미

생생한 날 것의 미학도 공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장 미셀 바스키아 :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특별전에서 전시 중인 반구대 암각화 탁본.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전민규 기자


“암각화, 한국미술 속의 바스키아”
신석기 시대 암각화가 어떤 사연으로 현대미술의 아이콘 바스키아의 작품 옆에 걸리게 된 걸까. 이 조합의 아이디어를 낸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한국미술 속의 바스키아를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한 기획”이라며 “바스키아와 반구대 암각화는 시공을 초월해 연결된다”고 말했다.
전시 중인 탁본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소장품으로, 이 관장이 서예박물관에 재직 중이었던 1990년대 초반 울산의 서예가 이권일 선생과 함께 현장에 가서 직접 뜬 탁본이다. 이 탁본이 서예박물관 외부 전시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장은 바스키아와 반구대 암각화에서 ‘샤먼(shaman)’이라는 공통점을 짚어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사슴·호랑이·멧돼지 등의 동물뿐 아니라 사지를 쫙 벌린 채 춤을 추는 샤먼, 즉 무당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바스키아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가면과 왕관은 바스키아 자신이 샤먼임을 상징한다. 바스키아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와 인종차별 등 현대 문명의 폐해를 그저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치유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샤먼 중의 샤먼이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장 미셀 바스키아 :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특별전에서 전시 중인 바스키아의 ‘엑수’.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된다. 김종호 기자

이지영 기자/문화스포츠부국장

출처: 중앙일보 2025.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