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03] 경주서 개막한 APEC 특별기획전 ‘판타스틱 오디너리’…한국 현대미술, 세계와 대화

김수자·하종현·이배 등 10인 작가 참여…

‘일상’을 예술로 확장한 감각의 향연
최태원 회장 “AI 시대, 예술의 창의성이 새로운 경쟁력”…11일까지 플레이스씨 전시

▲ APEC을 기념해 지난달 28일부터 11월 9일까지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열리는특별기획전 ‘판타스틱 오디너리’에 전시된 하종현작가의 작품 모습. 숨프로젝트
▲ APEC을 기념해 지난달 28일부터 11월 9일까지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열리는특별기획전 ‘판타스틱 오디너리’에 전시된 하종현작가의 작품 모습. 숨프로젝트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판타스틱 오디너리(Fantastic Ordinary)’가 지난 10월 28일 경주 플레이스씨(Place C)에서 오프닝 세리머니를 시작으로 12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0인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일상’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하며, 국제 무대에서 한국 예술의 독창적인 사유와 미감을 선보이는 대화의 장을 열었다. 전시는 10월 29일부터 11월 9일까지 진행된다.

개막식에 참석한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은 이번 전시의 의의를 강조하며, 예술이 단순히 심미적인 영역을 넘어선 시대적 가치를 지닌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독창적 사고와 미감을 세계에 알리는 뜻깊은 자리”라며 “오늘날 비즈니스와 기술, 특히 AI 시대에는 예술적 감성과 창의성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현대미술 기획사무소 숨프로젝트 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김수자, 김종학, 민병헌, 박제성, 신경균, 이배, 이수경, 하종현, 함경아, 허명욱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0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회화, 조각, 설치, 도자, 사진,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일상(Ordinary)’을 ‘환상적(Fantastic)’으로 전환하는 예술적 실험을 펼친다.

전시의 서사는 조선 후기 임당 백은배의 ‘임당인책가도’에서 시작해 동시대 미술로 확장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재료와 감각을 통해 일상 속 감정의 층위와 인간의 근본적인 사유를 탐구한다.

하종현은 고유의 ‘배압법’ 회화를 통해 물질의 저항과 정신의 응집을 시각화하며 한국적 추상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배는 숯 조각으로 소멸과 순환의 미학을, 이수경은 깨진 도자 파편을 금으로 이어 붙인 ‘번역된 도자기’ 연작으로 상처와 치유의 미학을 구현한다.

함경아는 북한 자수 장인과의 협업으로 분단이 남긴 감정적 균열을 시적인 언어로 직조해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보편적 감각으로 승화시킨다.

특히, 박제성 작가는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이미지 데이터를 결합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AI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시각 체계의 무의식을 탐구하는 등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한 숨프로젝트의 이지윤 감독은 “‘Fantastic Ordinary’는 2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APEC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예술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매개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단순히 ‘한국적 정체성’을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동시대 작가들이 세계의 보편적 언어로 사유하고 응답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참여 작가들이 특별히 준비한 스페셜 에디션 작품들을 소개하는 ‘Special Edition Store’도 운영된다.

‘설악산 화가’ 김종학은 전례 없는 신작을 포함한 30점의 리미티드 에디션 판화를, 신경균은 소형 찻잔과 오동나무 받침 세트 50점을 제작했다. 이수경은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에디션 도자기 작품을 선보이며, 민병헌 작가의 한정판 사진집과 허명욱의 옻칠 가구 및 집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는 관람객들이 작가 고유의 미학과 예술적 경험을 소장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황기환 기자

출처: 경북일보 1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