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12. 23]‘장 미셸 바스키아’ 특별전, 누적 관람객 20만 명 돌파…N차 관람 열풍까지
-
[2025. 12. 22]전시에 반하고, 축제에 빠진다
-
[알림] 뜨거운 바스키아, 금·토엔 2시간 더 만나요
-
[2025. 11. 25]해부학 본 여덟살…바스키아, 그때 시작됐다
-
[2025. 11. 12]“언젠가 난 아주 유명한 사람 될 거니까, 자 찍어” 바스키아가 먼저 말했다
-
[2025. 11. 11]바스키아와 반구대 암각화
-
[2025. 11. 03] 경주 APEC CEO 서밋 특별기획전 ‘판타스틱 오디너리(Fantastic Ordinary)’
-
[2025. 11. 03] 경주서 개막한 APEC 특별기획전 ‘판타스틱 오디너리’…한국 현대미술, 세계와 대화
-
[2025. 11. 02] 세상 바꾼 ‘낙서’ 한국 찾다…장 미셸 바스키아 창작노트 첫 공개
-
[2025. 10. 08]볼때마다 디테일 달라, CEO·교수도 찾았다…연휴 줄 선 이 전시
-
[2025.09. 24]국내 최대 규모! 감성과 상징으로 가득한 바스키아 특별전
-
[2025. 09. 22]바스키아의 불꽃 같은 작품 230점, DDP 상륙
-
[2025. 09. 22]해골 옆에 쓴 ‘육체’·’영혼’…바스키아가 남긴 ‘지식의 방’
-
[2025. 09. 21]’검은 골반’ 드러나자 탄성…바스키아 425억 명작 드디어 한국에
-
[2025. 08. 13]현대미술 거장 ‘장 미셸 바스키아’ 특별전 내달 개막
-
[2025. 08. 13]박보검이 비밀 전한다…바스키아, 172억 ‘세기의 낙서’
-
[2025. 06. 19] 장 미셸 바스키아 국내 첫 기획 전시 개최···“‘기호와 상징’으로 다시 만나는 바스키아 예술세계”
-
[2025. 06. 18] 장 미셸 바스키아 국내 최대 규모 전시…9월 22일 DDP 개최
-
[2025. 06. 17]한 점에 172억 ‘뉴욕의 피카소’…그의 걸작 60점 서울에 온다
-
유럽과 한국의 현대미술을 잇는 숨 프로젝트의 이지윤 대표
-
[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무라카미 다카시의 교토 입성
-
[2023.12.16]한국화와 컴퓨터는 현대미술을 어떻게 만날까?
-
[2023.12.13]예술가의 ‘붓’이 된 인공지능, 이젠 영상으로 시를 쓰네
-
[2023.12.01]“그래픽서 인공지능까지… 발전 기술 활용한 작품”
-
[2023.11.19]세상에 이런 미디어아트가 있네…무료 도슨트까지 해준다는 ‘그 전시’
-
[2023.11.09]8폭의 디지털 병풍 위를 흐르는 몽환적 ‘AI 산수화’
-
[2023.11.09]눈이 녹고 싹이 돋고 시선이 멎었다…계절이 흐르는 병풍이었다
-
[2023.10.07]인공지능이 그린 산수화, LED 병풍에 수놓았다
-
[2023.10.04]인공지능이 그린 산수화…DDP 수놓다
-
[2023.10.03]해리포터처럼 그림이 움직인다…판타지가 현실이 되는 DDP ‘럭스’
-
[2023.09.08]화려한 의자에 녹아든 ‘공감과 상생’… “지속가능성 비전 공유할 것”
-
[2023.09.08]“한국 건축의 문제, 멈춰 서서 같이 생각해볼 때”
-
[2023.09.07]21세기 영국의 다빈치 ‘헤더윅 전’ 기획한 이지윤 숨프로젝트 대표
-
[2023.09.06]CEO가 된 큐레이터, 현대미술 거장들 한국에 불러모으다
-
[2023.09.05]런던에 버려진 의자,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
[2023.09.04]버려진 의자가 예술작품으로…MCM, ‘잉카 일로리’와 협업 전시
-
[2023.09.04]의자가 예술작품으로! MCM, 세계적 디자이너 잉카 일로리와 협업 아트 전시 선보여
-
[2023..08.01]‘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토머스 헤드윅의 30개 주요 프로젝트 드로잉을 만난다
-
[2023.08.03]세계 1위 기업 업무공간은 어떻게 생겼나?… ‘헤더윅 스튜디오’ 전
-
[2023.07.25]지루한 도시에서 쿨한 서울로… ‘헤더윅 전’ 기획한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
-
[2023.07.24]전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
[2023.07.13]“유럽·아시아 함께 숨 쉬게…”/ 현대미술 큐레이터 이지윤
-
[2023.07.04]‘영국의 다빈치’ 헤더윅의 요란 발랄한 서울 나들이 전
-
[2023.07.03]팽이 의자·전기차에 뉴욕 ‘베슬’까지… ‘현대의 다빈치’ 손끝서 탄생
-
[2023.06.29]전 세계 랜드마크 심는 영국의 다빈치…천년 지나도 살아 숨 쉴 건축을 빚다
-
[2023.06.29]英디자이너 헤더윅의 작품, 모형으로 만나요
-
[2023.06.29] ‘영국의 다빈치’ 헤더윅 “노들섬을 공공 피서지로 만들고 싶다”
-
[2023.06.28] “노들섬 피서지 만들 것” 서울에 반한 ‘영국 다빈치’의 야심
-
[2023.06.28] 서울에서 보는 영국 건축가 헤더윅 작품 30점…‘헤더윅 스튜디오’展
-
[2023.06.27] 감성을 큐레이팅하다
-
[2023.06.26] 구글 신사옥 구상한 영국의 다빈치, 헤더윅
-
[2023.05.08] 게르하르트 리히터에서 신타 탄트라까지 격이 다른 아트 컬렉션 가득…설해원(雪海園)③
-
[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 예술적 경험으로 태어나는 신 기념비 시대
-
[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서구 은행은 왜 미술품을 모으나
-
[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 ‘예술적 경험’이 최고의 투자
-
[이지윤의 아트 에콜로지] 좋은 건축과 좋은 건축주
-
[2022.08.24] “정통 미술의 진수를 보여드릴게요”
-
[Opinion: 이지윤의 퍼스펙티브] 최정화가 카타르 월드컵 초대 작가가 된 까닭은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40년의 여정, 공공미술과 조각의 인문학적 새 지평 열어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지금’을 녹여낸 사진 같은 회화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역사 속 트라우마 예술로 시각화… 과거에 비추어 현재 조망 성찰케
-
[이지윤 특별 기고] 미술시장 ‘서울의 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까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당대 세계미술 흐름 앞선 ‘실천가’… 지난 10년 가장 핫한 여성작가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카메라로 그린 추상화 거대사회 속 개인 존재 묻다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형식·관념 뒤집기로 시대에 저항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일상의 물건들을 한 시대의 풍경으로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죽은 동물 통해 삶의 화두를 던진, 그만의 ‘메멘토 모리’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힌두철학서 얻은 영감, 물질에너지 넘실대는 시공간으로 그려내
-
[2022.01.25] 전시장 휘몰아친 한국산 파도…물멍에 빠진 런던 관객들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관찰, 실험, 상상…마법 같은 혁신적 회화 만드는 ‘21세기 피카소’
-
[Nov 29, 2021] In Between Present and Future: LUX
-
[이지윤 특별기고] “중견 작가군, 안목있는 콜렉터, 기업 인프라가 매력”
-
[Oct 15, 2021] Frieze Week London And Beyond: 5 Essential Exhibitions To See
-
LUX: New Wave of Contemporary Art open at 180 Studios until December 2021
-
[2021.10.15] [월드&포토] 런던 홀린 마법…한국의 파도와 모란도 미디어 아트
-
[2021.10.07] 런던 180스튜디오에서 ‘럭스’ 전시…새로운 미디어아트 물결
-
[2021.07.23] 런던올림픽 벽화로 유명세 `신타 탄드라` … `설해원`리조트서 최신작 선보여
-
[2021.07.15] 명품 불가리, 화려한 색채 향연…형형색색 사슬·구슬에 반하다
-
[2021.07.15] 양양서 만나는 세계 미술명장 작품
-
[2021.07.14] ‘설해원雪海園 아트 프로젝트’ 단독 공개
-
[2021.07.13] 불가리 컬러(BVLGARI COLORS) 전시회 개최…숨 프로젝트 현대 미술작품도 공개
-
[2021.07.13] 불가리 컬러 전시회 개최…전 세계 최초
-
창조산업과 예술경영의 시대의 도래
-
[이지윤 칼럼] 산업혁명 종주국 영국이 ‘멘털 캐피털’에 꽂힌 이유
-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억압에 저항, 파괴적 창조… 행동하는 예술정신
-
[이지윤의 art TALK(20)] 조각 거장 안토니 곰리, 로열아카데미에 서다
-
[이지윤의 art TALK(19)] 상하이 ‘웨스트 번드’ 르네상스
-
[이지윤의 art TALK(18)] 프리즈 아트 페어
-
[이지윤의 art TALK (13)] 컬렉터이자 큐레이터 주세페 판자 ‘빌라 판자’
-
[이지윤의 art TALK(12)]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서 만난 멕시코 혁명 예술가 프리다 칼로: MAKE HER SELF UP
-
[이지윤의 art TALK(11)] 테이트 모던의 특별전 PICASSO 1932’ LOVE, FAME, TRAGEDY
-
[이지윤의 art TALK(10)] 바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특별전 ‘프랜시스 베이컨과 알베르토 자코메티’ 20세기 두 천재 작가의 50년 만의 만남
-
[이지윤의 art TALK(9)] 제프 쿤스(JEFF KOONS) 홍콩 아트바젤에 온 컨템퍼러리 마스터
-
[이지윤의 art TALK(8)] 아트부산 2018 특별전-박은선 작가 카라라 대리석의 마스터
-
[이지윤의 art TALK(7)] ‘Charles1:King and Collector’ 전 4세기 만에 한자리에 모인 찰스 1세의 명작 컬렉션
-
[이지윤의 art TALK(6)] 리처드 우즈(Richard Woods) 건물을 캔버스 삼아 패턴을 입히다.
-
[이지윤의 art TALK(5)]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김종영_붓으로 조각하다’ 전
-
[이지윤의 art TALK(17)] 데이비드 호크니
-
[이지윤의 art TALK(16)] 새로운 미술 생태계를 만드는 하우저&워스 갤러리
-
[이지윤의 art TALK(15)] 패션이 아닌, 문화를 파는 기업: 프라다
[이지윤의 art TALK(20)] 조각 거장 안토니 곰리, 로열아카데미에 서다
[이지윤의 ART TALK(20)] 조각 거장 안토니 곰리, 로열아카데미에 서다
런던 로열아카데미에서 개인전을 연다는 것은 명성 있는 국제적인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영국 작가들에게 로열아카데미가 주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올해는 70세가 된 거장 안토니 곰리가 이 영광을 안았다.
안토니 곰리는 1994년 터너상을 수상했고, 1999년 사우스뱅크 프라이즈, 2007년 베른하르트 힐리거 조각상을 수상했다.
1997년에는 대영제국 장교(Officer British Empire)가 되었고, 2014년 신년 명예훈장 기사 작위를 받았다.
또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명예교수, 케임브리지대 명예박사를 받았으며 2003년부터 로열아카데미 회원(RA)이 됐다.
영국 미술작가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는 무엇이었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테이트 모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곳이 로열아카데미일 것이다. 로열아카데미는 영국 최초의 왕립예술원으로 250년 역사를 자랑한다. 미술과, 건축과로만 구성된 로열아카데미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관학파 미술이 시작돼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영국 로열아카데미에는 대학원만 있다. 대개 영국 대학의 대학원 과정이 1년이며 길어도 2년인 데 비해 로열아카데미 대학원 수업은 3년간 진행된다. 수업료는 전액 장학금으로 운영된다. 영국 작가들에게 로열아카데미는 유구한 전통의 계승이라는 의미를 넘어,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큰 영예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 20여 년간 유명한 영국의 젊은 작가들은 골드스미스나 슬레이드 같은 미술대학 출신이 많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성공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로열아카데미(RA)’라는 존칭을 부여받기도 한다.
몸과 우주에 대한 일생의 실험
Antony Gormley, Clearing VII, 2019. Approximately 8 km of 12.7㎜ square section 16 swg aluminium tube,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ntony Gormley’,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1st September to 3rd December 2019
©the Artist. Photo: David Parry / ©Royal Academy of Arts
로열아카데미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안넨베르크 궁정(Annenberg Courtyard)에서부터 곰리의 첫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이언 베이비(Iron Baby, 1999)’다. 이는 새로 태어난 아기의 실물 크기와 형태를 주철로 만든 작품으로, 궁정 규모에 비하면 매우 작은 크기다. 완전히 웅크린 아기 조각상은 인간의 약함과 생명의 활력을 동시에 드러내는 듯하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조각은, 보잘것없이 나약한 ‘몸’에서 시작해 작가의 초지일관적 주제인 인간의 몸, 더 나아가 공간으로서의 몸과 우주에 대한 실험으로 발전하는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나이 일흔에 여는 대규모 전시임을 감안하면 회고전 성격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곰리의 이번 전시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13개 개별 전시 공간이 주어진 것부터 마치 작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실제로 곰리는 이번에 매우 다양한 신작을 선보였다. 즉, 기본적으로 주어진 보자르 스타일(Beaux-Arts, 아카데믹한 고전주의)의 전시 공간들을 일종의 ‘실험장’으로 보고 이곳에 새로운 감각과 스케일, 빛과 어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를 과감히 도입한 것이다. 덕분에 이번 전시는 곰리의 중요한 구작들과 최근 작품들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옛것과 새것이 한데 모인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가 이번 곰리전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Antony Gormley, Cave, 2019. Approximately 27 tonnes of weathering steel, 14.11×11.37×7.34m.
Installation view, ‘Antony Gormley’,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1st September to 3rd December 2019
©the Artist. Photo: David Parry / ©Royal 1 Academy of Arts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곰리의 초기작들은 대중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이 시기 그의 관심은 대지미술(랜드아트)과 퍼포먼스, 미니멀리즘과의 연관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땅, 바다와 공기(Land, Sea and Air, 1977~1979)’와 ‘땅의 과실(Fruits of the Earth, 1978~1979)’이라는 이름의 작업들은 자연과 인간이 만든 물체들을 납으로 하나씩 감싼 작품이다. 사물을 납으로 감싸며 경험한 공간은 1980년대 들어 그의 가장 중요한 보디캐스팅 작업이 나오도록 유도한 중요한 기초가 됐다.

Antony Gormley, Mother’s Pride V, 2019. Bread and wax, 306×209.5×2㎝.
Installation view, ‘Antony Gormley’,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1st September to 3rd December 2019
©the Artist. Photo: David Parry / ©Royal Academy of Arts
‘살점(Flesh, 1990)’ 같은 1990년대 콘크리트 시리즈도 있다. 작품 내부에 인체 형태를 가진 공간을 담고 있는데, 이 공간은 블록의 표면을 깨는 손이나 발 또는 머리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즉, 이후 등장할 주요한 대형 작업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의 음각·양각을 이용한 기법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 돕는 미술관의 노력
Antony Gormley, Body and Fruit, 1991/93. Cast iron and air, 233×265×226㎝(Body), 110.7×129.5×122.5㎝(Fruit).
Installation view, ‘Antony Gormley’,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1st September to 3rd December 2019
©the Artist. Photo: David Parry / ©Royal Academy of Arts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초기 작업들과 더불어 이번 전시의 핵심은 방문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한 작품들이다. 로열아카데미만의 독특한 갤러리에 맞도록 재구성해 방문객들이 각 공간을 항해할 때 자신의 몸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한 콘셉트가 무척 돋보인다.
특히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I, 2008)’이라는 작업은 24개 주철 형상이 모든 벽과 바닥, 천장에 설치돼 있다. 이들을 하나의 조각으로 만들어 놀라운 설치미술을 보여준다. 무거운 주철 조각들을 어떻게 사방팔방에 붙여놓을 수 있었을까부터 관객의 호기심과 놀라움을 이끌어낸다. 다양한 무게중심을 이용한 조각들의 군집 설치작품이다.
Antony Gormley, Lost Horizon I, 2008. 24 cast iron bodyforms, each 189×53×29㎝.
Installation view, ‘Antony Gormley’,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1st September to 3rd December 2019. PinchukArtCentre, Kiev, Ukraine
©the Artist. Photo: David Parry / ©Royal Academy of Arts
‘잃어버린 지평선’ 전시장의 바로 옆 중앙홀에서는 곰리의 초기 작품 ‘확장(expansion)’ 중 ‘몸과 과일(Body and Fruit, both from 1991~1993)’을 만날 수 있다. 몸의 형태를 확장해 폭탄과 과일의 성질을 모두 지니고 있는 속 빈 조각이 달려 있는 방이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엄청난 무게의 조각상을 전시하기 위한 로열아카데미의 노력이다. 작품의 무게는 3톤이 넘는다. 로열아카데미는 이를 천장에 매달기 위해 전시 기간 내내 외부에 대형 기중기를 설치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해외 미술관을 찾을 때마다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 가능하면 작가들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돕는다는 점이다. 전시 자체도 놀랍지만, 이러한 놀라운 전시를 가능하게 만든 기관의 협업과 노력도 경이롭다.
작품 ‘호스트’ 영국서 첫 전시

Antony Gormley, Host, 2019. Buckinghamshire clay (51°44’ 52.5” N 0°38’ 42.6” W) and Atlantic seawater,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ntony Gormley’,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1st September to 3rd December 2019.
©the Artist. Photo: ©Oak Taylor-Smith
2008년 작업과 더불어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대규모 신작도 있다. ‘클리어링(Clearing VII, 2019)’과 ‘매트릭스(Matrix lll, 2019)’다. 클리어링은 바닥에서 천장, 벽에서 벽으로 이어지는 유연한 코일형 알루미늄 튜브가 한 방을 가득 채운 듯한 ‘공간 드로잉’ 작업이다. 작가의 손으로 어떤 형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공간에 800m 코일형 알루미늄 튜브로 공간을 채우면서 작품이 스스로를 만들도록 한 작업이다. 곰리는 평생 새로운 주형을 만들어 조각상을 제작한 거장이다. 원숙한 노년에 접어든 이 거장이 이제 자신의 재료들이 물질적 탄성을 통해 움직이며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를 펼친 건 아닐까.
‘매트릭스’ 작업도 매우 놀라운 신작이다. 전시장 메인 홀에 수많은 직사각형 철망이 마치 구름 같은 구조채로 만들어져 매달려 있다. 유럽 침실의 평균 크기에 해당하는 공간들이 하나하나의 직사각형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균일한 공간은 우리가 삶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한 환경의 유령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삶의 공간들이 이토록 조화가 어려운 미로와도 같음을 은유했다는 뜻이다.
몸의 내부 공간에 대한 탐구는 ‘케이브(Cave, 2019)’ 작업에서도 나타난다. 거대한 직사각형 구조물들이 마치 ‘세포’들로 짜맞춰진 인체 공간처럼 연계되어 있다. 관람객이 직접 내부를 탐방하며 감상하도록 제작됐다. 곰리는 그저 바라보는 작품을 감상하던 이전 작가들의 태도와 달리, 매우 적극적으로 관객이 함께 느끼고, 경험하는 공간으로서의 작품을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
Antony Gormley, Matrix III, 2019. Approximately 6 tonnes of 6㎜ mild steel reinforcing mesh, 7.1×9.3×15.15m.
Installation view, ‘Antony Gormley’,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1st September to 3rd December 2019
©the Artist. Photo: ©Oak Taylor-Smith
이번 전시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작품은 ‘호스트(Host, 2019)’다. 갤러리 바닥부터 23㎝ 높이의 전체 공간을 바닷물과 진흙으로 채워 마치 수만 개의 미생물 생명체가 출현할 것 같은 방을 만들었다. 곰리가 지금까지 보여준 작업과는 매우 이질적인 작품으로, 원초적인 물질 간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스스로 탄생하는 환경을 제안한 것이다. 선뜻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작품임에도 오히려 관객들은 담담하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이 공간에서 운행하는 바람과 진흙 냄새를 몸으로 느끼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사실 이 작업을 1997년부터 구상했고, 지금까지 단 세 번만 전시됐다. 영국에서도 이번이 첫 전시다.
여러 조각품과 함께 곰리의 다양한 드로잉 종이 작품들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의의다. 대부분 원유, 흙, 피같이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다소 샤머니즘적인 냄새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림과 조각을 병행해 일상적인 활동으로 지속해왔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곰리가 원초적 물성과 재료에 관심을 기울여온 배경을 이해한다면 호스트 같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토니 곰리는 인체와 우주의 관계를 탐구하는 조각, 설치작업과 공공미술로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작가다. 1960년대부터 ‘자연과 우주에서 인간은 어디 서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며 자신과 타인의 육체를 끊임없이 관여시킴으로써 조각에 의해 개방된 잠재력을 발전시켜왔다. 곰리는 예술의 공간을 새로운 행동, 생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전시는 인체 내부의 어두운 공간 자체뿐만 아니라 몸이 주변과 갖는 상관관계, 즉 공간으로서의 몸과 우주 속의 몸에 대한 곰리의 관심과 실험을 요약하고 있다.
출처: 포브스코리아 2019. 12. 04





